가성비로도 완승… ‘11억 영웅’ 디아즈 vs ‘25억 분노’ 에레디아

외국인 타자들의 몸값이 무려 14억 원이나 차이 났지만, 희비는 극명하게 갈렸다.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삼성 라이온즈였다. 정규시즌 4위로 출발한 삼성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준플레이오프에서도 3승 1패로 SSG 랜더스를 제압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결정적인 승부는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이었다. 삼성은 선발 아리엘 후라도의 7이닝 무실점 완벽투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5대2로 승리했다. 인천 원정에서 1승 1패로 균형을 맞춘 뒤, 대구 홈에서 3·4차전을 연달아 잡아내며 완벽한 시나리오로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큰 대조를 이룬 건 양 팀의 외국인 타자였다.

삼성의 르윈 디아즈는 4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0.375, 1홈런 6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시리즈 MVP에 올랐다.
1차전에서 3안타 1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2차전에서도 결정적인 타점 2개를 올렸다. 3차전에서는 잠시 침묵했지만, 마지막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는 ‘한 방’을 터뜨렸다.

SSG가 8회 초 박성한의 2타점 적시타로 2-2 동점을 만든 직후, 8회 말 디아즈는 필승조 이로운의 슬라이더를 통타해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대구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폭발적으로 환호했고, 그 한 방으로 삼성이 시리즈를 결정지었다.

결승 홈런의 주인공 디아즈는 기자단 투표에서 75표 중 42표(득표율 56%)를 얻어 원태인(25표)을 제치고 MVP에 선정됐다.
디아즈의 올 시즌 연봉은 불과 80만 달러(약 11억 4000만 원) — 보장 60만 달러에 인센티브 20만 달러 포함이다.
정규시즌 50홈런을 기록한 ‘리그 최고 가성비 타자’로, 삼성의 선택은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은 결과가 됐다.

반면 SSG의 기예르모 에레디아는 시리즈 내내 부진했다.
1차전 4타수 1안타, 2차전 4타수 1안타 1타점, 3차전 4타수 무안타, 4차전 4타수 1안타 — 성적표는 초라했다.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세 시즌 연속 재계약에 성공한 에레디아의 올해 연봉은 최대 180만 달러(약 25억 7000만 원).
하지만 ‘25억 타자’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았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클러치 능력도 전혀 발휘되지 않았고, 삼성 배터리(강민호-후라도)의 정교한 볼 배합에 번번이 당했다.

특히 6회초, 내야안타로 출루한 뒤 최정의 병살타 때 런다운에 걸려 아웃되자 헬멧을 바닥에 내던지는 장면은 그의 답답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 기회였다.

결국 ‘11억 가성비 타자’ 디아즈는 영웅이 되었고, ‘25억 간판 타자’ 에레디아는 헬멧을 던진 채 시리즈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