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백호, 美 스카우트들 ‘글쎄’… KBO서 몸값 폭등 예고?”

2026년 KBO리그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최대어는 단연 강백호(26·KT)다. 그는 특이한 케이스다. 보통 FA 선수의 몸값은 최근 2~3년간의 성적과 현재 나이의 조합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강백호는 조금 다르다. 최근 성적보다는 앞으로의 기대감이 더 큰 선수다.

요즘 KBO리그에서 30홈런, 혹은 그에 근접한 장타를 기록할 수 있는 젊은 거포는 손에 꼽힌다. 강백호의 최근 3년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3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라는 희소한 기대감을 주는 존재다. 올 시즌 후반기에는 여전히 강력한 힘이 건재하다는 걸 입증하기도 했다. 공격력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강백호를 외면하기 어렵다. 이런 매물이 FA 시장에 언제 다시 등장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메이저리그(MLB)의 시선이다. 강백호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타자’로 불렸고, 중·고교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본 MLB 구단들이 여럿 있었다. 프로 입단 이후에도 이정후와 함께 MLB에 가장 근접한 젊은 타자로 평가받았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강백호에 대한 자료를 비교적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중 해외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으며 MLB 도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는 ‘무조건 메이저리그 진출’이 아닌, 여러 가능성을 두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이정후가 확고하게 MLB 진출을 목표로 했던 것과는 결이 다르다. 강백호는 미국과 국내 구단의 제안을 모두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 평가는 다소 냉정하다. KBO리그에서는 강백호만한 실적을 낸 타자가 드물기에 희소가치가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수많은 선수들이 경쟁하는 MLB에서 최근 성적이 평범한 강백호에게 큰 관심이 쏠릴 이유는 크지 않다.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의 베테랑 칼럼니스트 제프 짐머맨은 22일(한국시간) 강백호가 MLB 진출 시 예상 성적을 분석했다. 비교군은 KBO 출신 타자들 — 2025년 김혜성, 2021년 김하성, 2017년 짐 아두치, 2024년 이정후, 2017년 황재균 등이었다.

이들의 MLB 평균 성적은 타율 0.228, 출루율 0.289, 장타율 0.339, OPS(출루율+장타율) 0.628이었다. 중간값은 타율 0.241, 출루율 0.310, 장타율 0.352, OPS 0.641. 특별히 눈에 띄는 수치는 아니다. MLB에는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강백호가 이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확률적으로는 높지 않다는 게 짐머맨의 결론이다.

그는 “라운드 후반에 뽑을 만한 가치가 있으려면 주전 자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기복이 있더라도 꾸준히 기회를 줘야 대박 가능성이 열린다”고 했다. 그러나 끝맺음은 단호했다. “지금으로서는 나 같으면 거른다.”
즉, 리스크 대비 기대치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올해 강백호를 관찰한 MLB 스카우트들도 적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관심이나 협상 소문이 들리진 않았다. 올 시즌 그는 95경기에서 타율 0.265, 15홈런, 61타점, OPS 0.825를 기록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MLB에서 지명타자(DH)로만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전급 가치로 평가받긴 어렵다.
또한 데뷔 이후 꾸준히 지적받아온 레그킥 타이밍 문제는 여전히 과제다. MLB의 빠른 공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그렇다고 MLB의 관심 부족이 곧 시장에서의 ‘찬밥 신세’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단 한 팀이라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길이 열릴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KBO 내 수요는 충분하다. 이미 다수의 구단이 강백호의 FA 시장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젊은 나이 덕분에 한 번 더 FA를 맞이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4년 계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그 금액이 ‘4년 총액 100억 원’을 넘어설 수 있을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