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는 아니다”…박동원, 문제는 태그였다

그래도 LG의 베테랑 포수 박동원(35)이다. 왜 ‘빈 글러브 태그’를 했을까. 마음이 급했다. 후속 플레이를 준비하다가 결국 ‘독’이 되고 말았다.

LG는 26일 대전 한화전에서 1-4로 역전패했다. 매직 넘버가 3이었던 상황. 이날 승리했다면 정규시즌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나 7회말 4실점, 치명적인 장면에서 무너졌다. 핵심은 노시환의 득점 장면이었다.

0-1로 뒤진 7회말, 2·3루 위기에서 하주석이 투수 땅볼을 쳤다. 3루 주자 노시환은 런다운에 걸렸다. 하지만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박동원이 공을 받은 뒤 ‘빈 글러브’로 태그를 시도한 것. 처음에는 아웃 판정이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번복됐다. 결국 1-1 동점. 흐름은 완전히 바뀌었고, 이후 한화에 3점을 더 내주며 패배를 안았다.

겉으로만 보면 ‘포수의 어처구니없는 실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맥락이 있었다. 당시 3루에는 채은성이 있었다. 2루에서 3루로 달려온 채은성이 다시 2루로 돌아가려 하자, 박동원은 노시환뿐 아니라 채은성까지 동시에 의식해야 했다. ‘더블 런다운’으로 이어지면 최악이다. 순간적으로 3루 송구를 준비하기 위해 공을 미리 뺀 것이 화근이었다.

여기에 노시환의 ‘연기’도 한몫했다. 잡힌 듯 방심을 유도하다가, 재빠르게 몸을 틀어 홈 플레이트를 밟았다. 노련한 포수조차 순간적으로 속을 수밖에 없었다.

투수 김영우의 첫 대응도 아쉬웠다. 땅볼을 잡고 3루 주자를 묶을 기회가 있었지만 너무 급했다. 두 주자를 동시에 아웃시킬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신인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험 부족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LG로서는 뼈아픈 장면이다.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치른 첫 경기, 단 한 장면이 승부를 갈라버렸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다. 매직 넘버는 여전히 3,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거두면 우승을 확정할 수 있다.

박동원의 ‘빈 글러브 태그’는 빨리 잊어야 한다. 야구는 하루 만에 흐름이 바뀔 수 있는 스포츠다. 27일 경기에서 승리하면 분위기를 곧바로 되돌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