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했던 김서현의 가을, 마지막 공식전에서 찾은 반등 실마리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마음고생이 컸던 김서현(한화 이글스)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의미 있는 회복의 신호를 보여줬다.

김서현은 16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 9회 초, 팀이 6-7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등판했다. 최근 이어진 중요한 경기에서 실점하며 흔들렸던 그는 이번만큼은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첫 타자 니시카와 미쇼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지만, 나카무라 유헤이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한 기색도 드러났다. 이후 사사키 타이의 중전 안타까지 나오며 순식간에 1사 1·2루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김서현은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고조노 카이토를 상대로 130㎞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선택해 1루 땅볼을 유도했고, 이어진 수비진의 빠른 홈 송구와 런다운 처리로 추가 주자를 막아냈다.

이어 2·3루로 이어진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을 믿었다. 이소바타 료타의 타석에서 슬라이더와 직구를 섞어 던진 끝에 중견수 뜬공을 유도해 이닝을 마무리했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한국 투수진은 제구 난조가 반복되며 4사구 7개를 남겼지만, 김서현과 박영현만큼은 흔들림 없이 자기 몫을 다했다. 결국 한국은 9회 말 김주원의 동점 솔로포로 7-7을 만들며 경기를 끝냈고, 김서현의 호투는 뒤집기 기회를 남긴 결정적인 발판이었다.

김서현에게 이번 무실점 이닝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규시즌 막판 SSG전 역전 허용, 포스트시즌 삼성·NC·LG전에서 연달아 홈런을 맞으며 팀에 부담을 남겼던 기억이 여전히 짙었다. 대표팀 소집 후에도 체코전에서 흔들리며 류지현 감독과 동료들이 그를 다독여야 했다.

하지만 일본을 상대로, 그것도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그는 오랜만에 마무리 투수답게 침착함을 유지했다. 볼넷과 안타를 피하지는 못했지만, 위기에서 슬라이더를 자신 있게 선택했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완급 조절도 살아났다. 포스트시즌 내내 굳어 있던 표정과 달리 도쿄돔에서는 미세한 여유도 느껴졌다.

이번 경기 한 이닝은 김서현에게 작은 한 걸음일 수 있다. 그러나 한 시즌 동안 마음고생이 길었던 그에게는 내년 반등을 위한 중요한 신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 대표팀에는 불안했던 뒷문에 믿음을 찾고, 김서현에게는 자신감을 되찾을 기회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