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서 본 손흥민 경기, 연고팀을 넘어선 마음

캐나다 밴쿠버가 지난 23일(한국시간) MLS컵 플레이오프 준결승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LAFC와 밴쿠버 와이트캡스의 맞대결이 열린 이날, 경기장 안팎에서는 교민 사회의 이례적인 관심이 감지됐다. 이유는 단 하나, 손흥민이었다.

경기 며칠 전부터 밴쿠버 교민 커뮤니티는 표 구하기에 관한 문의와 정보 공유로 활기를 띠었다. 와이트캡스의 홈경기였지만 관심의 초점은 ‘손흥민 출전 경기’ 여부에 맞춰졌다. 현지 거주 한인들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관련 보도가 이어졌고, 이를 확인한 팬들의 문의도 더해졌다.

BC 플레이스에는 이날 5만 4천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했다. 플레이오프 특유의 긴장감에, 손흥민을 보기 위한 한국 팬들의 집중된 관심이 더해지며 경기장은 경기 전부터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직접 현장을 찾은 교민들도 적지 않았다. 사전 예매 경쟁이 치열했고, 일부 좌석은 재판매가가 평소 가격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달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 속에 열린 와이트캡스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이었다.

경기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전반전은 홈팀 와이트캡스가 두 골을 기록하며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전에는 손흥민이 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연장전까지 이어진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와이트캡스가 승리하며 결승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경기 결과는 교민 사회에 미묘한 반응을 남겼다. 손흥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LAFC가 탈락한 데 대한 아쉬움과, 동시에 거주 도시의 연고팀이 승리했다는 만족감이 교차한 것이다. 해외에서 생활하는 교민들에게 손흥민은 단순한 국가대표 선수를 넘어 ‘정체성’과 ‘향수’를 상징하는 존재다. 반면, 지역 팀인 와이트캡스를 향한 애정 역시 생활 기반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같은 상황은 특히 이번 경기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한국 선수 응원과 지역 연고팀 지지 사이에서 교민들은 양가적인 감정을 경험했다. 과거 이영표가 와이트캡스에서 활약하던 시기에는 한국 선수와 지역 팀이 일치했기 때문에 이러한 고민이 없었지만, 손흥민의 LAFC 이적 이후에는 팬심의 방향이 경기마다 달라지는 분위기다.

경기 자체는 플레이오프다운 치열함과 함께 손흥민의 존재감이 크게 부각된 한 판이었다. 동시에, 밴쿠버 교민들에게는 축구를 통해 정체성과 지역성 사이의 복잡한 감정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 날이었다.

이번 경기를 계기로 밴쿠버 교민 사회의 스포츠 열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손흥민의 활약 여부, MLS 플레이오프의 향방, 와이트캡스의 선전 등이 함께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