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어쩌다 이렇게 미끄러졌나...예우와 현실, 벤치로 물러난 '살라 딜레마'

리버풀의 공격 핵심으로 군림해온 모하메드 살라가 벤치로 밀려난 가운데, 팀은 오랜 연패 흐름을 끊어냈다.

리버풀은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꺾었다. 이날 경기에서 리버풀은 2024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살라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교체 투입도 이뤄지지 않아 90분 내내 벤치를 지켰다.

리버풀은 알리송 베케르, 버질 반 다이크, 밀로시 케르케즈, 이브라히마 코나테, 조 고메스, 알렉시스 맥알리스터, 라이언 흐라벤베르흐, 도미닉 소보슬라이, 코디 각포, 플로리안 비르츠, 알렉산더 이삭을 선발로 내세웠다. 팀은 후반 15분 이삭의 결승골로 앞서 나갔고, 후반 추가시간 각포의 득점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리버풀은 이번 승리로 시즌 전적 7승 6패, 승점 21점을 기록하며 리그 8위로 올라섰다.

직전 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리버풀은 올 시즌 극심한 부진 속에서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경기 결과만큼이나 살라의 선발 제외가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살라는 지난 시즌 유럽 무대를 휩쓴 핵심 선수였다. 전반기만 17골 13도움을 기록하며 득점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모두 휩쓸었고, 한 시즌 동안 34골 23도움이라는 커리어 하이를 작성했다. 리버풀에서의 공식 기록은 419경기 출전, 250골에 이른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기량 하락이 확연히 드러났다. 패스와 크로스의 날카로움이 저하됐고, 결정적인 기회를 자주 놓쳤다. 슈팅 선택에서도 아쉬움이 겹쳤다. 그럼에도 아르네 슬롯 감독은 그를 꾸준히 선발로 기용하며 반등을 기다렸다. 그러나 살라는 공식전 18경기에서 5골 3도움에 그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심 끝에 슬롯 감독은 웨스트햄전에서 처음으로 살라를 제외했고, 팀은 연패 흐름을 끊었다. 영국 BBC는 경기 직후 “살라 없는 리버풀이 시작된 날일지도 모른다”는 제목으로 변화를 짚었다. 매체는 “슬롯 감독의 선택이 살라의 커리어를 마무리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4억 5천만 파운드를 투자한 이적시장이 살라 없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슬롯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살라는 여전히 매우 중요한 선수다. 클럽에서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기여를 했다. 앞으로도 팀의 중요한 전력”이라며 선수를 향한 신뢰를 강조했다. 이어 “10일 동안 네 경기를 치러야 한다. 특정 라인업을 구성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고 설명하며 로테이션 차원의 결정임을 밝혔다.

BBC는 “살라를 다음 경기부터 다시 기용할지 지켜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며 “슬롯 감독이 팀의 미래를 냉정하게 판단하지 못한다면 감독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팬들은 “살라의 전성기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며 선수를 옹호했다. 반면 “살라가 빠지니 팀이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 현실은 냉정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리버풀은 오는 4일 오전 5시 15분 안필드에서 선덜랜드와 홈 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