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송구 몰랐지만 끝까지 전력질주… 손아섭의 진짜 플레이”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는데, 선수들이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다 홈을 보고 있더라고요.”

손아섭(한화 이글스)이 아무도 보지 못한 허슬 플레이로 한화를 구했다. 0-3으로 끌려가던 2회말 무사 1, 2루 위기에서 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나 송구는 1루가 아닌 홈플레이트를 향했고, 동료 선수들은 물론 관중과 중계 카메라의 시선도 모두 3루주자 김태연에게 쏠려 있었다.

비록 자신의 플레이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손아섭은 담담했다. 그의 타구로 한화는 1점을 만회했고, 결국 18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9-8로 꺾는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전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팀이 이기는데 조용히 묻어가고 싶다”고 했던 손아섭은 말처럼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자신의 몫을 조용히 해냈다.

손아섭은 당시 타석을 떠올리며 “일단 삼진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면 실책이 나올 수도 있고, 변수가 생기지 않나. 운 좋게 빗맞은 타구가 느리게 굴러가면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공을 잡은 삼성 선발 헤르손 가라비토는 홈플레이트를 먼저 의식했고, 그 덕분에 손아섭은 1루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맞는 순간 (내야)안타라고 생각했어요. 홈으로 던질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고, 그냥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죠. 그런데 선수들이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다 홈을 보고 있어서요”라고 말했다.

이후 5-6으로 뒤진 6회, 무사 2루에서 번트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이번엔 강공을 선택했다. 결과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 동점을 만드는 1타점 적시타였다. 손아섭은 “번트를 못 대서 마음에 짐이 있었는데, 운 좋게 결과가 좋아서 세리머니가 조금 과했어요”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감독님께서 ‘괜찮으니 편하게 하라’고 말씀하신 게 큰 도움이 됐다”며 “삼성이 삼진을 노린다고 느꼈고, 나는 반대로 진루타라도 치자는 마음이었다. 몸쪽으로 오면 맞더라도 나가겠다고 생각했는데, 운 좋게 실투가 와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손아섭은 “오늘 힘들게 이긴 만큼 내일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 흐름이 좋으니 순리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잘 쉬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