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출신 린가드 소신발언 “한국 축구 ‘버막’ 문화, 정말 미쳤다고 느껴”

프리미어리그에서 정상급 무대를 경험했던 제시 린가드에게 한국 축구는 또 다른 차원의 충격이었다. FC서울 유니폼을 입고 보낸 K리그 2년의 시간은 그에게 낯설지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린가드는 22일(한국시간) 영국 유력지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FC서울에서의 생활과 팬 문화,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앞둔 현재의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2023년 FC서울 입단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프리미어리그 스타의 K리그 합류는 한국 축구계 전체를 흔드는 이슈였다. 그의 이름은 곧 흥행의 상징이 됐고, FC서울은 리그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쉽지 않은 적응 과정이 있었다. 린가드는 한국 생활 중 가장 강렬했던 장면으로 이른바 ‘버스 막기’ 사건을 꼽았다. 그는 “팬들이 경기장 밖에서 한 시간 넘게 팀 버스를 막았고, 감독에게 직접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요구했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정말 미친 짓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29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홈경기 직후 벌어졌다. FC서울은 그날 4-1 대승을 거뒀지만, 경기 결과와 무관하게 팬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구단이 기성용과 결별을 택한 결정이 도화선이 됐다. 그동안 구단을 대표해온 선수들이 충분한 존중 없이 팀을 떠났다고 느껴온 팬들의 감정이 한꺼번에 표출된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후 팬들은 버스 이동 경로에 몰려들었고, 구단 버스는 주차장 출구에서 멈춰 섰다. 김기동 감독이 직접 팬들 앞에 나설 때까지 선수단은 한 시간 넘게 버스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잉글랜드의 훌리건 문화까지 경험했던 린가드에게도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FC서울 팬들의 감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FC서울은 한국에서 가장 큰 클럽이다. 나는 이 팀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비유하곤 했다. 항상 이겨야 한다는 기대를 받는 팀이고, 팬들의 감정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의 일상적인 경험도 인상 깊게 남았다. 광장시장에서 처음 산낙지를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살아 있는 문어가 움직이는데 처음엔 무서웠다. 그래도 결국 괜찮아졌다”고 웃었다. 거리에서 팬들이 놀라며 이름을 부르고 사진을 요청하는 모습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또 손흥민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며 일상에서 세계적인 스타를 마주친 경험 역시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린가드는 FC서울행을 결심한 이유도 솔직히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가까웠다. 어느 순간 신께서 가족 곁에서 쉬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그 시점에 FC서울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축구에만 집중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FC서울에서의 2년은 성공적인 도전이었다. 린가드는 상위 스플릿 진출과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출전권 확보에 기여했고, 2025시즌에는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다. 그의 합류 이후 FC서울은 유료 관중 집계 이후 최초로 한 시즌 홈 관중 40만 명을 돌파했고, 이후 50만 관중 시대를 열며 K리그 흥행을 이끌었다.

다만 그는 K리그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눈이 오거나 길이 얼어붙으면 훈련이 불가능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인조 잔디에서 훈련해야 했다”며 “시즌 막판에는 경기장 일부가 얼음판처럼 변해 한쪽에서만 플레이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린가드는 지난 10일 멜버른 시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FC서울 소속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경기 후 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하던 그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맨유를 떠날 때도 울었다. FC서울에서도 선수들과 팬들, 구단과 강한 유대감을 쌓았다. 떠나는 순간 감정이 북받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그 이유였다.

이제 린가드는 또 다른 도전을 바라보고 있다. 유럽과 중동을 차기 행선지로 언급한 그는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새로운 무대에 나설 계획이다. K리그에서의 2년은 그의 커리어에서 결코 잊히지 않을 특별한 장면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