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환의 KS 후일담…"번트 안 잡은 구본혁, 나라면 잡았다"

“솔직히 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LG 트윈스 선수들을) 축하해 주고 싶었어요. 우리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했죠.”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한국 야구대표팀 훈련장에 선 노시환(25·한화 이글스)은 여전히 한국시리즈의 여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불과 일주일 전, 한화는 무려 19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LG 트윈스에 시리즈 전적 1승 4패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노시환은 “아쉬움은 경기 끝과 함께 끝났다”며 “우승 기회를 놓친 건 맞지만, 어린 선수들이 많은 우리 팀에 좋은 경험이었다. 이번 2위를 발판으로 다음 시즌에는 꼭 우승을 노려야 할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감으면 여전히 그 장면이 떠오른다고 했다. 한화가 1-2로 끌려가던 5차전 3회말, 무사 1·2루에서 문현빈의 번트 타구가 LG 3루수 구본혁 앞으로 굴러갔던 순간이다. 구본혁은 타구가 파울로 나갈 것이라 판단하고 글러브를 뒤로 뺐고, 결국 파울이 선언됐다. 그러나 이어진 타석에서 문현빈이 병살타로 물러나면서 LG가 완전히 분위기를 가져갔다.

같은 3루수로서 그 장면을 본 노시환은 “나였다면 잡았을 것 같다”며 “안전하게 처리해서 하나라도 아웃카운트를 잡았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대표팀에서 만난 LG 문보경과도 그 장면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노시환은 “(문)보경이가 ‘(구)본혁이 형이 공을 뺐을 때, 그냥 하나 주고 순리대로 1점 줬으면 어땠을까 생각했다’고 하더라. 그런데 바로 병살타가 나오니까 그때 우승을 예감했다고 말했다”며 “약 올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안 궁금한 TMI까지 말하더라”며 웃었다.

노시환은 이제 같은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LG 선수들과의 관계에 대해 “승부는 승부일 뿐이고, 다 워낙 친해서 어색함은 없다”고 말했다.

한 시즌을 함께한 외국인 동료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는 모두 빅리그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다. 노시환은 “폰세는 거의 메이저리그로 가는 분위기더라. 물론 한화에 남으면 좋겠지만, 선수로서 더 큰 무대에 가는 걸 존중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7⅔이닝을 던지며 투혼을 발휘한 와이스에 대해서는 “내년에 보자고 했더니 잠시 말을 잃더라. 그래서 ‘돈이냐, 우정이냐’고 농담했더니 ‘오, 노’라고만 했다”며 웃었다. 이어 “아마 미국 생각이 있는 것 같지만, 꼭 다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4차전 때 와이스가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싫다고 손을 젓는 모습은 정말 영화 같았다. 투지가 다르다고 느꼈고, 같은 팀으로서 감동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