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된 리버풀, 또 졌다…71년 만에 '12경기 9패' 수모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리버풀이 믿기 어려운 부진에 빠졌다. 최근 12경기에서 9패를 기록하며 71년 만에 가장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지난 시즌 EPL 정상에 오르며 다시금 ‘강철의 리버풀’을 외쳤던 흐름은 흔적 없이 사라졌고, 새 사령탑 아르네 슬롯 감독 체제는 초반부터 심각한 동요를 겪고 있다.

리버풀은 27일(한국시간) 홈 구장인 안필드에서 열린 PSV 에인트호번과의 2025-202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리그 페이즈 5차전에서 후반전에만 3골을 허용하며 1-4로 완패했다. 전반전까지만 해도 큰 흐름의 차이는 없었지만, 후반 들어 조직력이 급격히 무너졌고 수비 뒷공간이 연속으로 허점으로 드러났다. 결과적으로 이번 경기 역시 리버풀의 최근 경기력 하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실 리버풀의 추락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리버풀은 지난 9월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1-2로 패한 이후 리그·컵·UCL을 통틀어 12경기에서 3승 9패로 추락했다. 리버풀이 같은 구간에서 9패를 당한 것은 무려 1954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구단은 2부 리그 강등을 경험했던 암흑기였다.

최근 3경기 흐름은 더욱 심각하다. 맨체스터 시티(0-3), 노팅엄(0-3)에 이어 PSV에 1-4 완패를 당하며 3경기 동안 단 1골을 넣는 데 그치고 10골을 실점했다. 수비 조직력은 흔들리고, 중원의 압박은 사라졌으며, 공격은 과거 리버풀이 보여주던 날카로움을 잃었다.

상황이 악화되자 팬들의 반응도 격해지고 있다. 리버풀 공식 소셜미디어(SNS)에는 “슬롯 감독은 더 이상 답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는 반응이 폭주하는 중이다. 일부 팬은 “전술이 완전히 붕괴됐다”며 팀의 확실한 방향성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경기 후 아르네 슬롯 감독은 깊은 실망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는 “전반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역전할 기회도 충분했다”며 “하지만 후반전의 붕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퇴진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위기를 돌파해야 할 때”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투지로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선은 냉랭하다. 리버풀의 다음 경기는 30일 열리는 웨스트햄 원정 경기다. 웨스트햄은 현재 리그 17위로 강등권 인근에 있지만, 최근 3경기 2승 1무로 흐름이 좋다. 반면 리버풀은 극도의 부진으로 심리적으로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만약 이 경기에서도 승리를 놓친다면 슬롯 감독의 입지는 한층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리버풀은 지난 몇 년 동안 위르겐 클롭 체제 아래 유럽 최정상급 전력을 구축했지만, 감독 교체 직후 흔들리는 모습은 ‘포스트 클롭 시대’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팬들의 신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가운데, 슬롯 감독과 선수단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