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 호날두만 있나" 소리없는 진정한 'GOAT', '불혹' 모드리치 5번째 월드컵 진출 확정…나이 잊은 '네버엔딩' 신화

소리 없이 경력을 쌓아 온 진정한 거장, 루카 모드리치(40·AC 밀란)가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크로아티아 축구의 상징으로 남을 이 베테랑 미드필더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출전을 확정하며 자신의 다섯 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 것이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한 국가의 축구 문화를 지탱해온 인물의 또 다른 전설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리예카에서 열린 유럽예선 L조 9차전 페로 제도와의 경기에서 3대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승점 19점을 확보한 크로아티아는 남은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북중미행을 확정했다. 2위 체코와의 승점 차가 크게 벌어지며 사실상 조 1위를 굳힌 셈이다. 이번 대회는 크로아티아가 통산 7번째로 참가하는 월드컵이기도 하다.

모드리치가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건 2006 독일 대회였다. 이후 크로아티아가 본선에 오르지 못한 2010년 남아공을 제외하면, 그는 2014 브라질,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까지 모든 무대에 빠짐없이 나섰다. 러시아에서는 크로아티아 역사상 최초의 준우승을 이끌었고, 대회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까지 거머쥐었다. 카타르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브론즈볼을 받는 기염도 토했다.

크로아티아 대표팀에서 모드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한 주장 이상의 의미다. 그는 팀의 심장, 정신적 지주, 그리고 경기장 안팎에서 후배들이 의지하는 멘토다.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토트넘을 거쳐 2012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뒤, 그는 유럽 무대 정상급 미드필더로 도약했다. 레알에서 6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4번의 라리가 우승, 클럽 월드컵 우승 트로피만 5번을 들어 올린 ‘트로피 수집가’이기도 하다. 2018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메시·호날두 체제의 균열을 만든 유일한 선수라는 점도 특별하다.

레알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마친 뒤 AC 밀란으로 둥지를 옮긴 이번 시즌에도 그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나이를 잊은 듯한 경기력은 세리에A에서도 빛나고 있다. 리그 11경기에서 1골 2도움을 올리며 팀의 중심을 잡고 있다. 이탈리아 현지 팬들과 언론은 “모드리치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선수”라며 감탄을 보내고 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 파브리지오 로마노도 “루카 모드리치의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며 그의 다섯 번째 월드컵행을 높이 평가했다. “크로아티아는 또 한 번 모드리치의 마법 같은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페로 제도전에서도 그는 선발로 나서 62분 동안 중원을 조율하며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크로아티아는 경기 초반 실점으로 흔들리는 듯했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되찾았다. 요슈코 그바르디올이 전반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에는 페테르 무사와 니콜라 블라시치가 연달아 득점하며 승리를 완성했다.

모드리치는 프로 통산 942경기 출전, 105골을 기록 중이며 A매치에서는 192경기 28골을 남겼다. 이제 200경기라는 또 하나의 대기록까지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동갑내기 경쟁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아일랜드전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포르투갈이 0대2 충격패를 당한 데 이어, 호날두는 후반 16분 상대 수비수 다라 오세이와의 충돌 과정에서 팔꿈치를 휘두르는 행동으로 다이렉트 퇴장을 당했다. 226번째 A매치에서 처음 경험한 퇴장이었다. 포르투갈의 월드컵 본선행도 다음 경기로 미뤄졌다.

결국 월드컵 본선행 레이스에서는 모드리치가 한발 앞섰다. 나이와 관계없는 꾸준함, 팀을 이끄는 리더십, 그리고 세대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 그가 ‘살아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이유가 또 한 번 증명된 순간이었다.

크로아티아가 북중미에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그리고 40세의 모드리치가 또 한 번 세계 축구 팬들을 놀라게 할지 전 세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