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0-4 참패한 말레이시아 FIFA “이건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강력 비판

국제축구연맹(FIFA)이 귀화 선수의 서류를 조작한 말레이시아축구협회(FAM)에 강력한 제재를 내렸다.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닌 조직적 위조로 결론이 났다.

영국 가디언은 8일(한국시간) “FIFA가 말레이시아의 귀화 조작 사태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다. FAM과 관련 선수 7명에게 각각 벌금과 1년 자격정지 처분이 내려졌으며, 선수들은 모든 축구 활동에서 배제됐다”고 보도했다.

문제의 핵심은 귀화 과정에서의 문서 위조였다.
FAM은 외국 출신 선수 7명—가브리엘 팔메로, 파쿤도 가르세스, 로드리고 홀가도, 이마뇰 마추카, 주앙 피게이레두, 존 이라사발 이라우르기, 헥토르 헤벨—의 조부모 출생 증명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FIFA는 이들의 행위를 ‘위조 및 변조에 관한 제22조’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7명의 선수는 국제무대는 물론, 국내 리그 출전까지 전면 금지됐다. 단순 대표팀 문제가 아니라 선수 생명 자체를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으로 번진 것이다.
그동안 FIFA는 ‘규정 위반’이라는 표현만 사용했지만, 이번 공식 보고서에서 조작의 구체적 내막이 드러났다.
FIFA는 “FAM이 선수들의 조부모가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것처럼 출생증명서를 위조했다”고 명시했다.

FIFA의 ‘조부모 규정’에 따르면, 해외 출생 선수는 부모나 조부모 중 최소 한 명이 해당 국가 출신이어야 대표 자격이 주어진다. 이는 무분별한 귀화를 통한 전력 보강을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FAM은 아르헨티나·브라질·네덜란드·스페인 등에서 태어난 선수들의 조부모가 ‘말레이시아 페낭·말라카 출신’인 것처럼 허위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결과, 제출된 서류의 출생지가 실제 선수들과 동일했으며, ‘말레이시아 출생’으로 기록된 부분은 모두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FIFA 징계위원회는 이를 “명백하고 고의적인 부정행위”라고 규정했다.

호르헤 팔라시오 FIFA 징계위원회 부위원장은 “이 사건은 축구의 근본적 신뢰를 무너뜨린 사례”라며 “선수의 자격뿐 아니라 스포츠 전체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FAM은 즉각 반발했다.
누르 아즈만 HJ 라만 사무총장은 “FIFA의 국제축구법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행정 직원이 서류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단순 기술적 결함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고의적 조작은 없었으며, 선수들은 모두 합법적인 말레이시아 시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FIFA의 조사 결과는 정반대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FAM은 외부 기관으로부터 문서 진위 관련 경고를 받았음에도 자체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제출된 출생 증명서들은 원본과 현저히 달랐다.

이 사건에 연루된 7명은 이미 말레이시아 대표팀으로 A매치에 출전했다.
팔메로와 헤벨은 지난 3월 네팔전(2-0 승)에서 데뷔했고, 피게이레두와 홀가도는 6월 베트남전(4-0 승)에서 득점까지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전은 김상식 감독이 지휘하던 팀을 상대로 한 완승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현재는 **‘가짜 귀화 선수들의 승리’**로 평가받고 있다.

조사 이후 여러 국가가 FIFA에 공식 항의서를 제출했다.
“출전 자격이 없는 선수가 경기에 나섰다”는 이유다.
만약 말레이시아의 유죄가 최종 확정되면, 이미 치른 경기들이 몰수패로 처리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비슷한 사유로 레소토전에서 0-3 몰수패를 당한 바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도 사태를 면밀히 주시 중이다.
AFC 관계자는 “FIFA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FAM은 “행정상의 실수일 뿐 불법 귀화는 아니다. 선수들은 정부가 인증한 정식 시민권자”라며, “선수들이 가짜 문서를 사용하거나 이를 인지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FIFA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는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된 조작 행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