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원→손아섭→정근우에게 두들겼던 日 투수, 10년 만에 MLB 도전 “이젠 후회 없이 해보고 싶다”

한국 프로야구 팬들에게는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전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날,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0-3으로 끌려가다 9회초 4점을 뽑아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는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 격파전’으로도 불린다.

 10년 전, 한국 타선에 무너졌던 일본 에이스

당시 일본 대표팀 선발은 오타니 쇼헤이(당시 닛폰햄, 현 LA 다저스).
그 뒤를 이어 8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투수가 바로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였다.
하지만 9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노리모토는 한국 타자들에게 집중타를 허용했다.

대타 오재원, 손아섭, 정근우가 연속 안타를 터트리며 추격의 불씨를 지폈고,
이용규의 몸에 맞는 공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 상황에서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2-3.
이대호가 바뀐 투수 마스이 히로토시를 상대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한국은 4-3의 극적인 승리를 완성했다.

이 경기는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야구가 일본을 상대로 거둔 마지막 승리로 남아 있다.

 34세 노리모토, “이젠 후회 없이 MLB 도전”

그때 그 노리모토가 10년이 지난 지금,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올해로 프로 13년 차를 맞은 그는 만 34세의 나이로 해외 FA 자격을 취득해
포스팅이 아닌 자유 FA 자격으로 MLB 구단들과 직접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노리모토는 11일 라쿠텐의 마무리 훈련 중
취재진 앞에서 “해외 FA 권리를 행사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번이 아마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다. 후회 없는 야구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라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내가 진심으로 뛰고 싶은 팀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쿠텐 잔류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구단의 뜻도 중요하다”며 말을 아꼈다.

 200탈삼진 4년 연속 돌파한 ‘라쿠텐 철인’

노리모토는 2013년 프로 데뷔 후 첫 시즌에 15승(8패)을 기록하며
**‘다나카 마사히로의 후계자’**로 주목받았다.
데뷔 2년 차였던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4년 연속 200탈삼진을 달성했다.

프로 통산 373경기에서 120승 99패, 14홀드, 4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 중이다.
통산 1838이닝 동안 1804개의 탈삼진을 잡아냈다.

최근에는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해
2023년에는 32세이브, 2024년에는 10홀드 16세이브를 기록했다.
한때 매년 170이닝을 소화하던 ‘철인’이었지만, 2019년 이후에는 단 한 번도 160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마지막 도전”… 한국 팬에게는 ‘2015년의 기억’으로 남은 투수

노리모토에게 이번 MLB 도전은 단순한 이적이 아니다.
10년 전 한국 타선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기억, 그리고 라쿠텐에서의 13년을 뒤로하고
“후회 없는 마지막 기회”를 잡겠다는 결심이다.

그의 이름은 한국 팬들에게 여전히 “2015년 프리미어12의 9회초”로 기억되지만,
이제 노리모토는 새로운 무대에서 또 다른 도전의 장을 펼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