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스 탈락에 분노한 아나운서, 생방송 중 욕설→사과… 팬들 ‘공감된다’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 아나운서가 자신이 맡은 지역팀의 포스트시즌 탈락 직후 방송 중 욕설을 내뱉는 사고를 일으켰다.
22년 차 베테랑인 그는 즉각 사과했지만, 팬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도 같은 심정이었다”며 응원을 보냈다.

사고의 주인공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라디오 전담 아나운서 댄 딕커슨이다.
딕커슨은 11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 종료 직후,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욕설을 내뱉었고 그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탔다.

타이거스는 이날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열린 5차전에서 연장 15회 끝에 2대 3으로 패하며 시즌을 마감했다.
약 5시간에 걸친 혈투 끝에 시애틀의 호르헤 폴랑코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자, 중계석의 딕커슨은 좌절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의 발언은 경기 종료 직후 광고로 넘어가는 찰나에 나왔다.
마이크가 여전히 켜져 있던 그는 “게임 리캡은 안 해도 되나? 아, 젠장. 이 경기 리캡은 XX 하기 싫다”고 말했고, 곧 방송이 송출 중이란 사실을 깨닫자 “오, 미안. 이거 나갔나?”라며 놀란 듯 반응했다.

방송사고를 인지한 딕커슨은 다음 날 아침 디트로이트 프리 프레스를 통해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는 “어젯밤 경기 후 휴식 시간에 욕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마이크가 실수로 켜져 있었지만, 방송 중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고 밝혔다.

이어 “좌절한 순간 무심결에 나온 말이었고, 게임 리캡을 하기 싫다는 뜻이 아니라 그 순간 느낀 감정이었다”며 “팬들이 그걸 들어야 했던 점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딕커슨의 욕설 소식이 전해진 뒤, 타이거스 팬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그를 비판하는 팬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많은 팬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딕커슨을 지지하며 “그 마음이 이해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팬은 “이 일로 화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댄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가 팀의 승패를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진심이고, 타이거스 팬들에게 행운 같은 존재다. 개막전에서 다시 보자”고 응원했다.

뉴욕포스트는 “팬들이 그의 욕설에 분노하지 않은 이유는 지난 22년간 팀과 희로애락을 함께해온 신뢰 때문”이라며 “그 순간 딕커슨은 팬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날 경기는 MLB 역사상 가장 긴 포스트시즌 승자 결정전으로 기록됐다.
타이거스 에이스 타릭 스쿠발은 6이닝 1실점 13탈삼진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지만, 팀은 연장 15회 끝에 무릎을 꿇었다.
시애틀은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십시리즈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