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롤드컵 사상 첫 3연패 신화...6회 우승 대기록

2025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지난 9일, 중국 쓰촨성 청두 둥안후 체육관에서 막을 내렸다. 길었던 5세트 혈투 끝에 한국의 T1이 숙명의 라이벌 KT 롤스터의 넥서스를 파괴하며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페이커 이상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동료들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가 롤드컵 사상 최초의 쓰리핏(3년 연속 우승)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던 2017년 베이징에서의 패배 이후, 정확히 8년 만이었다. 당시 삼성 갤럭시(현 젠지e스포츠)에게 0:3 완패를 당하며 좌절했던 불멸의 전설 페이커는 마침내 여섯 번째 롤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오랜 숙원이었던 쓰리핏 달성의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승패 넘어선 몰입, "재미있는 경기가 더 중요"
이날 경기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KT 롤스터가 3세트를 가져가며 매치 포인트를 먼저 확보, T1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설' 페이커는 뛰어난 게임 감각과 정교한 조작 기술을 앞세워 팀을 5세트까지 이끌었고, 결국 흐름을 완벽하게 뒤집으며 역전승을 일궈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페이커는 "4세트에서 우리가 질 수도 있는 상황이 되자 '적어도 더 재미있는 경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승패에 대한 집착 대신, 경기를 향한 순수한 몰입이 그를 승리로 이끌었던 것이다.

그는 진행자가 롤드컵의 의미를 묻자 "성과와 기록보다 오늘 재미있고 멋진 경기를 치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답하며 "훌륭한 경기를 함께 만들어 준 KT 롤스터에 감사한다"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

슬럼프에서 찾은 '내면의 방향'
2017년 롤드컵은 페이커 e스포츠 경력의 분명한 전환점이었다. 그전까지 세 차례 롤드컵 챔피언에 오르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았지만, 이후 그는 롤드컵 본선 무대에 두 번이나 오르지 못했고, 로테이션 시스템으로 인해 벤치에 앉아 출전하지 못하는 시련도 겪었다.

하지만 페이커는 이 시련을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그는 "오히려 슬럼프 시기에 많은 걸 배웠다"며, 그때부터 비로소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방향을 찾았으며,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다.

새롭게 재편된 T1 선수단과 2022년 롤드컵 결승에 나섰으나 아쉽게 패배의 눈물을 흘렸던 페이커는, 이듬해 같은 팀원들과 다시 결승 무대에 오르며 "우승을 팀원에게 바치고 싶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그리고 그 후 2년간 T1은 롤드컵 트로피를 모두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GOAT의 탄생: 성숙한 승리의 열정
이번 우승으로 페이커는 롤드컵 6회 우승, MSI 2회 우승, LCK 10회 우승, 리프트 라이벌즈 1회 우승,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LoL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의 독보적인 금자탑을 쌓았다.

이미 수많은 영예를 얻은 그가 변함없이 승리의 열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여섯 번째 우승을 거머쥔 후 페이커는 2017년의 좌절을 언급하며 "오늘 경기 중 그때와는 다른 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승패를 넘어 경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면서, 자신이 많이 성장했다고 느꼈고 그 점이 가장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8년의 기다림 끝에 이룬 '쓰리핏'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인간 이상혁'의 성숙한 여정을 증명하는 빛나는 금자탑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