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승 투수의 깜짝 은퇴 선언’…류현진·오타니도 아쉬움 표했지만, 커쇼는 결심 굳혔다

마지막까지 클레이튼 커쇼(37·LA 다저스)다웠다. 은퇴를 결심한 그는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로 내려왔다.

커쇼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최종전,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로 나서 5⅓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무실점으로 다저스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6회 첫 타자 에우제니오 수아레즈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교체를 맞이했다. 이때 프레디 프리먼이 감독을 대신해 마운드에 올라 공을 건네받으며 커쇼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 커쇼는 동료들과 포옹을 나누고, 기립 박수를 보낸 시애틀 팬들에게 모자를 벗어 답례했다.

이날 그는 총 94구를 던졌다. 최고 구속은 시속 90.6마일(145.8km), 평균 구속은 88.9마일(143.1km). 포심 패스트볼(29개), 슬라이더(39개), 커브(18개), 그리고 싱커·스플리터(각 4개)로 타선을 요리하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올 시즌 최종 성적은 23경기(22선발) 112⅔이닝 11승 2패 평균자책점 3.36, 탈삼진 84개. 화려했던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경쟁력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이로써 커쇼는 통산 267승을 끝으로 현역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경기 후 오타니 쇼헤이는 “정말 은퇴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아직도 충분히 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감탄했다. 류현진(한화) 역시 며칠 전 “아직 더 할 수 있는 투수인데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커쇼의 결정을 아쉬워했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하다.

커쇼와 동시대를 풍미했던 저스틴 벌랜더, 맥스 슈어저가 여전히 마운드에 서고 있는 것과 달리, 커쇼는 ‘박수칠 때 떠난다’는 원칙을 지켰다. MLB.com은 “무릎과 발가락 수술로 시즌 출발이 늦었지만 이후 로테이션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부상 때문이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커쇼는 “많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매번 망가진 몸을 이끌고 5일마다 마운드에 오르는 건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솔직히 말했다. 부상과 재활을 반복하며 쌓인 피로감이 은퇴 결정을 굳힌 것이다.

다저스 선수단은 그의 은퇴 발표 이후 10경기에서 8승 2패로 반등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커쇼가 동료들에게 전한 감사와 반성의 메시지가 팀을 하나로 묶었다”고 밝혔다.

이제 커쇼의 마지막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저스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신시내티 레즈와 맞붙는다. 1~3차전 선발은 블레이크 스넬, 야마모토 요시노부, 오타니로 확정됐다. 커쇼는 와일드카드 로스터에는 빠지지만, 디비전시리즈 이후 합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