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경질 후폭풍,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 공식 사과 발표”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탈락과 함께 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급기야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축구협회장(PSSI)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12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4라운드 이라크전에서 0-1로 패하며 조기 탈락이 확정됐다”며 “경기 직후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이 ‘신태용’의 이름을 연호했다”고 전했다.

경기 종료 직후 패트릭 클루이베르트 감독은 기술 구역에 홀로 앉아 얼굴을 수건에 묻은 채 고개를 숙였다. 현지 매체 볼라는 “평소 쾌활하던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눈살을 찌푸리며 눈물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수천 명의 팬들이 경기 종료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PSSI를 향해 항의했다. 관중석에서는 “신태용은 옳았다”, “PSSI가 잘못된 선택을 했다”는 구호가 쏟아졌다.

결국 신태용 감독 경질과 클루이베르트 선임을 주도했던 에릭 토히르 회장이 직접 고개를 숙였다. 그는 SNS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해 죄송하다”며 “여기까지 온 것 자체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선수들과 팬들,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인도네시아 지휘봉을 잡은 이후 ▲2023 아시안컵 본선 진출 ▲2024 U-23 아시안컵 4강 ▲월드컵 3차 예선 진출 등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PSSI는 올해 1월 갑작스레 그를 경질하고 네덜란드 출신 클루이베르트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당시 협회는 “유럽 출신 귀화 선수들과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현지 여론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탈락으로 그 비판은 다시 폭발했다. 클루이베르트 감독이 이라크전에 4차례 라인업 변화를 주며 수비 안정을 꾀했지만, 공격은 전혀 풀리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9개의 슈팅 중 단 한 차례만 유효 슈팅을 기록했고, 후반 중반 실점 후 끝내 만회하지 못했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미드필더 톰 헤이는 눈물을 흘렸고, 공격수 올레 로메니는 그라운드에 주저앉았다. 일부 선수들은 판정에 항의하다 주심과 충돌했고, 레드카드 3장이 나오는 혼란스러운 마무리가 됐다.

논란이 된 중국인 주심의 VAR 제한 사용과 막판 판정도 팬들의 분노를 키웠지만, 현지 언론들은 공통적으로 “결정적인 문제는 클루이베르트 감독의 전술 실패”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전(2-3 패)에 이어 이라크전마저 패하며 B조에서 가장 먼저 탈락한 팀이 됐다. 트리분와우는 “사우디전 이후부터 ‘신태용 복귀’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졌다”며 “그를 다시 대표팀에 앉히자는 목소리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전했다.

현지 팬들은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의 황금기를 열었다”며 클루이베르트 감독의 전략 부재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신태용 퇴임 이후 인도네시아는 호주전 1-5, 일본전 0-6 대패를 당하며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한편 신태용 감독은 지난 8월 울산 HD 지휘봉을 잡았으나, 65일 만에 해임됐다. 울산은 파이널B로 추락하며 리그 10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결국 인도네시아 대표팀은 클루이베르트 체제 10개월 만에 월드컵 예선 탈락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맞았고, 팬들은 다시 한 번 신태용의 이름을 외치며 축구협회의 ‘경질 결정’에 책임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