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우 형, 나보다 4살 많은데" FA 역대 2위의 정신적 지주, 리그 최고 포수도 또 꿈꾸게 한다

두산 베어스의 베테랑 포수 양의지(37)가 타격왕 탈환과 함께 다시 한 번 ‘살아있는 레전드’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성장을 이끈 ‘형들’의 존재를 먼저 떠올렸다. KBO 최고령 타자 중 하나로 여전히 FA 시장을 흔들고 있는 최형우(42), 그리고 변함없이 정상급 기량을 유지 중인 강민호(39). 양의지는 두 선수에게 “지금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들”이라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양의지는 올해 타율 0.337로 타격왕을 차지하며 2019년 이후 두 번째이자 포수 최초의 ‘2회 타격왕’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023시즌 수비 이닝 부족으로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조차 얻지 못했던 아쉬움을 올해 완전히 털어냈다. 그는 726이닝을 소화하며 다시 정상급 수비력을 증명했고, 올겨울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할 경우 역대 최다 타이 10회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쓰게 된다.

■ “최형우 형이 저렇게 하는데, 제가 못할 이유가 없죠”

양의지는 꾸준함의 원동력으로 자연스럽게 두 선배의 이름을 꺼냈다. “(최)형우 형이 나보다 4살이 많은데도 여전히 현역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다”며 웃은 그는, “(강)민호 형은 항상 몸 관리 잘해서 아프지 말고 오래 하라고 한다. 팀이 어렵거나 제가 흔들릴 때 두 형이 해주는 말들이 너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편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선배가 이제는 거의 없다. 그런데 민호 형과 형우 형은 언제든 조언을 해줄 수 있고, 제 자신감을 끌어올려주는 분들이다. 두 분이 없다면 제가 지금처럼 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진심 어린 속내를 털어놨다.

그가 언급한 최형우는 올해 42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FA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하나다. 친정팀 삼성과 원소속팀 KIA의 경합이 이어질 정도로 가치가 여전하다. 양의지는 그런 최형우를 ‘롤모델’로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

■ “나이 이야기, 올해 스스로 증명하고 싶었다”

양의지는 지난해 수비 이탈로 인해 “이제는 나이가…”라는 외부 평가가 따라붙는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스스로에게도 승부를 걸었다.

“작년에 자신감이 떨어질 때가 있었다. 그런데 형들이 ‘넌 아직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해준 게 진짜 컸다. 나이로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 준비했고, 더 집중했다.”

그는 실제로 타격은 리그 정상급, 수비는 넉넉히 기준을 충족하며 화려한 반등에 성공했다.

■ “내년은 팀. 어떻게든 더 끌어올려야 한다”

개인 성적은 최고였지만, 팀 성적은 아쉬움이 남았다. 두산은 올 시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후반기 내내 기복을 겪었다. 내년에도 주장을 맡는 양의지는 “팀을 끌어올리는 게 제일 큰 목표”라고 잘라 말했다.

“올해 개인 목표는 잘했지만, 팀 성적이 아쉬운 게 가장 고민이다. 포수로 더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고, 어떻게 팀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지 계속 생각 중이다.”

두산은 현재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김원형 감독을 선임했고, 유격수 FA 최대어 박찬호를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도 적극적이다. 양의지는 이 변화가 긍정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박찬호, 정말 팀에 큰 힘 될 선수”

양의지는 새롭게 합류한 박찬호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이어갔다.

“상대할 때부터 정말 좋은 선수라 생각했다. 수비력 좋고, 타석에서도 끈질기다. 1점이 필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다. 어린 선수들이 많이 배우면 좋겠다.”

또한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복귀한 이용찬에 대해서도 “베테랑 선수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용찬이가 와준 건 큰 힘”이라고 반가움을 드러냈다.

■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FA 누적 금액만 277억 원, 통산 골든글러브 9회, 포수 최초 타격왕 2회. 이미 양의지는 KBO 역사에서 굵직한 업적을 남긴 선수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 자신감을 잃을 타이밍이 온다. 그런데 저를 믿어주는 형들, 그리고 저를 잘 알고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계속 도전할 수 있다. 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의지에게 내년은 다시 한 번 리더로서, 또 현역 최고 포수로서 존재감을 입증해야 하는 시즌이다. 그는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또 한 번 증명해 보이겠다”는 베테랑 포수의 눈빛에는 흔들림이 없었다.